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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글로 마음을 움직여보자 - 가와사키 쇼헤이,『리뷰 쓰는 법』

끄적끄적끄으적 2023. 3. 27. 16:06

『리뷰 쓰는 법』,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박숙경 옮김, 도서출판 우유 [사진=김호준]

리뷰란 무엇인가?

리뷰를 쓰기 전에 우선 리뷰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리뷰’라는 단어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을 드물기 때문이다. ‘재밌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리뷰라고 하지 않는다. 『리뷰 쓰는 법』의 저자 가와사키 쇼헤이는 리뷰와 비평을 같은 의미로 평가한다. 그는 비평을 “대상의 가치를 바르게 판단하여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힌다. “가치를 발견하고 언어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비평’의 원점으로 보기 때문에” 리뷰와 비평이 서로를 포섭한다고 덧붙인다.

글쓴이는 현대 사회에 이르러 대상이 세분화, 다양화되며 리뷰가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다양성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 리뷰는 그 속에서 발견되지 못한 채 잊힌 대상의 가치를 소개하는 가치를 지녔기에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만, 리뷰는 평가를 내리기 전에 세세히 따지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더 나아가 개선 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늘어놓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다’, ‘재미없다’라고 쓰지 마라

‘리뷰 쓰는 법’은 선명한 제목 그대로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단계별로 접근한다. 리뷰를 쓰기 전 준비, 리뷰를 쓰는 법, 리뷰를 다듬고 가꾸는 법에 이르기까지 작은 부분을 상세히 다룬다. 리뷰와 비평을 동일시하며 세심하게 접근한 초반부에 비해 중반부는 심심하다. 시중의 글쓰기 책에서 다루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의 독자를 상정한다거나 대상의 역사를 살펴보자는 조언은 이미 여러 책에서 나온 부분이라 별다른 의미를 느끼기 어렵다. 리뷰, 더 나아가 글쓰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이 글을 보며 배울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글쓰기에 관심을 둔 독자에게 감흥을 주기 힘들다.

뻔한 내용을 다뤄서 아쉽지만, 이 책이 지닌 번뜩임도 보인다. ‘비평을 단련하다’ 부분에서 ‘재미없다’와 ‘재미있다’를 담은 내용은 흥미롭다. 우선, ‘재미없다’라는 표현은 “대상 관찰을 게을리했다는 증거”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설령 재미가 없다고 해도 재미없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얼버무리는 글은 게으르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재미있다’를 쓰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재미를 표현하는 말은 많다. 멜로 영화는 연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다뤄서 재밌다면, 액션 영화는 화려한 촬영과 배우의 격렬한 액션이 주는 통쾌함이 매력일 수 있다. 글쓴이는 두 가지 주제로 리뷰를 위해서 어휘를 늘리고 연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리뷰를 쓰면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리뷰는 단순히 ‘재밌다’, ‘별로다’ 같은 상투적인 표현으로 점철돼 있다. 그런 글은 독자에게 아무런 감흥도 남기지 못한다. 리뷰를 쓰기 전 다양한 표현을 세심하게 생각해야 한다.

 

글은 정해진 시간 안에

퇴고를 설명하는 부분은 현실적인 조언을 담았다. 글을 쓰는 중 위화감을 느끼며 고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순간이 있다. 여기서 수정한다면 “글 전체의 전경을 보기 어렵고, 글쓴이가 헤매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글발이 느려지고 둔해진다”고 지적한다. 일단 글을 끝까지 다 쓰고 다시 읽으며 그때도 불만족스럽다면 차라리 다시 쓸 것을 제안한다.

글의 마감 기한도 강조한다. 더 나은 전개, 더 멋진 말을 생각하지만 핑계이며, 완성한 이후 다음에 쓰는 글에서 부족한 점을 반영해 쓰라고 말한다. 이전에 쓴 글을 연료 삼아 다음에 더 나은 글을 쓰려는 자세는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다. 좋은 글을 쓰려다가 주어진 기한마저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는 마감을 늘 생각해야 하므로 정해진 시간 안에 쓰는 태도는 더욱 중요하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위해 하루에 하나씩

‘리뷰 쓰는 법’은 처음과 끝이 인상적이다. 처음에 글쓴이는 ‘비평의 의미’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로 누군가를 움직이겠다’라는 미래를 그려 보”라고 말한다. 글을 준비하며 자신의 글로 누군가가 마음을 바꿔 행동에 옮기는 일을 상상하는 것이다. 마감에 치여 글을 제때 마무리하는 일만 생각하면 글이 가진 의미를 잊을 수 있다. 글쓴이의 말은 좋은 글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준다. 좋은 글 하면 멋진 표현, 화려한 문장, 수려한 묘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핵심은 글에 담은 의미와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있다. 글쓴이는 리뷰를 다루면서 이 지점을 확실히 한다.

쇼헤이의 마지막 이야기는 ‘계속 쓰자’이다. 그는 “더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무엇보다 중요한 자세”로 계속 쓰는 것을 꼽는다. 계속 써야 문장과 어휘가 늘고 자신감이 붙는다고 밝힌다. 더 나아가 각오를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제대로 불 속으로 뛰어들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당당히 물이 되거나 기름이 되어 계속 써 나가야” 글에 책임감을 느끼며 사람들에게 무언가 남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많은 부분을 리뷰 쓰는 방법에 할애했지만, 핵심은 글을 쓰는 태도와 꾸준히 무엇이라도 쓰는 노력이었다.

 

‘리뷰 쓰는 법’보다 리뷰와 글쓰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책은 많을 것이다. 이 책의 방법론은 지극히 평범해서 인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임하는 글쓴이의 자세만큼은 밋밋한 책 안에서도 강렬한 빛을 잃지 않았다. 좋은 리뷰는 많은 방법보다 의미 있는 글을 남기겠다는 의지와 끊임없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노력에 있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