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기록하는 장소

이곳이 '국밥천국 지상낙원'? - 『합천돼지국밥』 본문

리뷰

이곳이 '국밥천국 지상낙원'? - 『합천돼지국밥』

끄적끄적끄으적 2023. 5. 30. 09:38

 

합천돼지국밥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18-3

가격: 7,000원(돼지·순대국밥)

방문일자: 23/05/22


장기 두는 어르신들을 지나면 국밥골목 제일 앞에 있는 합천돼지국밥을 만날 수 있다.

혼자 돌아 다니는 사람에게 식당 선택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줄 지어 기다리는 식당에 4인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면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혼자 삼겹살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면 청승떠는 사람으로 보이기 쉽상이다. 그래서 ‘혼밥’의 메뉴는 늘상 거기서 거기다. 1인 테이블이 잘 갖춰진 일본 식당. 아니면 혼자 먹든가 말든가 아무 상관 없는 햄버거.

그 중에서도 국밥집은 혼밥에 최적화된 식당이다. 어느 국밥집을 가든 혼자서 후루룩 먹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가 혼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주문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바로 나오는 빠른 속도도 장점이다.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고 다른 일을 하기에 좋다.

 
벽에 여러 글이 쓰여 있다. 내 자리 뒤에는 부산서 올라온 임형원 씨가 남긴 시가 있었다. 이런 흔적이 노포를 찾는 매력이기도 하다.

오늘 찾아간 식당은 ‘합천돼지국밥’이다. 종각역 11번 출구 나와서 탑골공원까지 걸어간다.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면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장기를 두는 ‘장기천국 지상낙원’을 만난다. 거기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합천돼지국밥이 보인다. 합천돼지국밥을 따라 골목에 많은 국밥집이 있다.

 

국밥 한 그릇에 7000원이다. 2~3년 전에는 5000원이었다.

합천돼지국밥은 척 보기에도 허름하다. 족히 20~30년은 됐을 법한 모습이라 깨끗한 가게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큰 장점이 있다. 싸고 양이 많다는 점이다. 요 몇 년 사이 물가가 크게 오르며 서울에 웬만한 국밥집은 한 그릇에 10000원, 적어도 9000원은 내야 하는 실정이다. 합천돼지국밥을 비롯한 이 동네 국밥집은 아직도 7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저렴하다고 양이 적은 것도 아니다. 일반으로도 충분하다. 돈을 더 내고 특 사이즈로 시킨다면 배터지게 국밥을 먹을 수 있다.

 

김치는 큰 통에 담겨 있어 먹을 만큼 덜어 먹는다. 서비스로 나오는 간과 편육도 맛있다.

여느 식당처럼 김치는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있다. 큰 통에 담겨 있어 앞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 먹는다. 국밥은 잡내를 지지로도 잡지 못하는 곳이 아니고서야 웬만하면 먹을 만하다. 그래서 김치가 맛집을 고르는 기준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 집의 김치는 평타다. 대단히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깍두기를 여러 통에 옮겨 담는 모습을 보니 직접 담그는 것 같았다.

간과 편육 한 점을 서비스로 준다. 간은 순대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 익숙하지만 편육을 파는 식당은 보기 드물다. 재래시장에서 편육 파는 집을 만나면 꼭 사 들고 와서 한 잔 기울이는 사람인 내게 이건 플러스다. 편육… 땡큐!

 
토렴식 국밥이라 밥과 국을 뚝배기에 같이 넣어 준다.

국과 밥을 뚝배기에 같이 넣어서 주는 곳이다. 이런 국밥을 ‘토렴식’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국밥을 3일장, 5일장처럼 정기적으로 열리는 재래시장에서 팔았다. 건물을 두고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불이 많지 않았다. 밥은 아침에 미리 지었다. 국을 한 솥 끓이는 사이 밥은 식는다. 식은 밥을 뜨거운 국불에 국자로 몇 번 넣어서 데운다. 그 과정을 ‘토렴’이라 부른다. 토렴은 밥알의 전분이 국 안에 녹아 들어서 국물이 밥알에 골고루 벤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화력이 좋아졌고 먹을 때 뜨거운 국밥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 펄펄 끓인 국과 밥을 따로 주는 식당이 많다. 토렴식은 콩나물국밥집에서 볼 수 있으며 합천돼지국밥처럼 토렴식으로 파는 순대국은 보기 드물다.

 

국밥 한 그릇이면 소주 한 병도 뚝딱이다

고기와 순대는 7000원에 먹는 국밥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풍성하다. 국물은 국밥치고 연한 편이다. 송송 썰어 넣은 부추를 보니 순대국이 아니라 굴국밥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주얼에서도 느껴지듯이 맛은 그리 느끼하지 않다. 순대국에서 느끼는 끈적한 국물은 아녔다. 새우젓이 나오지만 간이 어느 정도 돼 있는지 굳이 넣지 않아도 괜찮았다. 순대와 고기를 찍어 먹는 용도로 쓰면 좋다. 양념은 살짝 넣었다. 여기에 소주 한 병… 아니 한 잔을 곁들이면 국밥천국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술이 술술 넘어간다.

절친한 친구와 한 잔 기울이기에 이만한 국밥집이 없다.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을 11000원에 해결하는 식당을 서울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국밥 골목에는 현금만 가능한 식당도 있는데 합천돼지국밥은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소주 한 잔이 그리운 날이면 합천돼지국밥에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는 것 좋은 선택이다.

 

 

<한국잡지교육원_취재기자24기_김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