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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고기맛의 돈까스 - 『카와카츠 오토코』 본문

리뷰

풍부한 고기맛의 돈까스 - 『카와카츠 오토코』

끄적끄적끄으적 2023. 6. 2. 09:07

 

카와카츠 합정점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78-7 1층 카와카츠

가격: 14,000원 (로스카츠) / 좌석: 15여 석

방문일자: 23/04/03

 


카와카츠 오토코의 내부. 본점보다 널찍한 공간과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카와카츠 오토코는 일본식 돈까스를 만든다. 돈까스는 크게 일본식과 경양식으로 나뉜다. 일본식은 두툼한 고기가 특징이다. 경양식은 고기를 얇게 다진다. 우리가 오랜 기간 본 분식점에서 나올 법한 모습의 돈까스는 경양식이다. 최근 들어 많이 보이는 두툼한 돈까스는 일본식이다.

카와카츠는 돈까스 마니아 사이에서 알려진 식당이다. 다만 위치와 규모가 아쉽다.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출발해도,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해도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을 타기에 가깝고 걸어가기엔 조금 멀다. 가게는 골목에 있어 작고 자리는 10석 남짓이다. 맛있는 식당이지만 평일 점심 시간대가 아니라면 대기 시간은 감수해야 한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 만든 2호점이 ‘카와카츠 오토코’다. 합정역 3번 출구로 나와 그길로 5분만 걸어가다 큰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만날 수 있다. 좌석은 15석 남짓으로 본점보다 확연히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문을 열자마자 좌석을 만나는 본점과 다르게 길쭉한 구조로 여유 공간이 있어 편안하다. 어두운 색감의 가구를 배치해 본점보다 분위기가 차분하다.

 

카와카츠 오토코의 메뉴판

로스(등심)와 히레(안심)을 같이 주는 모둠 카츠를 제외하면 메뉴는 총 다섯 가지다. 이날 저녁은 로스, 히레, 모둠만 먹을 수 있었다. ‘한입카레’는 사이드로 카레를 조금 주는 것인데, 돈까스 본연의 맛을 음미하고 싶었기에 주문하지 않았다.

메뉴판 뒷면은 카와카츠 소개 글과 돈까스를 먹는 방법이 담겼다. 카와카츠 오토코에서 ‘오토코’의 의미가 “남자, 대장부, 사나이다움”이라고 한다. 의미가 충분히 반영될 만큼 다른 점은 없었다. 2호점이라고만 쓰기 그래서 표현을 붙인 모양이다.

 

카와카츠는 “최고급 국내산 돈육을 파동 숙성 방식으로 열흘간 숙성”해 사용한다고 소개한다. 열흘간 숙성하는지 직접 보지 못해서 믿을 수 없다. 사실 이런 가게 소개 글은 믿거나 말거나다. 맛있으면 장땡이다. 즐기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한 점은 인상적이다. 올리브유, 통후추, 와사비, 소금, 이렇게 4가지 방법이 쓰여 있다. 본점 메뉴판은 순서까지 담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리브유를 먼저 쓰고 소금, 와사비, 돈까스 소스 순이었을 텐데 1년 정도 지난 일이라 정확하지 않다. 맛이 강한 소스를 나중에 먹는 순서였을 것 같다. 이곳 메뉴판은 순서가 빠졌고 먹는 방법만 안내한다.

 

단촐한 테이블. 바(Bar) 형태의 테이블이라 혼자 먹기 안성맞춤이다. 

테이블은 메뉴판에 나온 여러 소스, 물, 컵, 냅킨 그리고 츠케모노가 놓였다. 테이블의 구성은 혼자 온 손님에게 맞춰진 느낌이었다. 애초에 카와카츠는 바 구조를 택해 두 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 없다. 고독한 미식가처럼 혼자 밥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은 식당이다. 츠케모노는 열무를 절인 것 같았다. 맛은 새콤했다.

척 보기에도 두꺼운 고기가 눈에 들어온다. 샐러드는 넉넉하게 주는데 모자르면 리필도 가능하다.

 

주문한 로스카츠가 나왔다. 샐러드는 허니머스타드 소스가 뿌려져 있었다. 많은 돈까스 집은 마요네즈 소스를 기본으로 삼는다. 마요네즈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 데 반해, 허니머스타드는 달콤했다. 단맛과 샐러드의 조화는 퍽 괜찮았지만, 샐러드는 고소한 마요네즈가 잘 어울린다. 그래도 깨끗하게 비웠다. 이외에도 밥, 된장국, 고추절임이 함께 나왔다. 돈까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리필이 가능했다.

드디어 메인 메뉴 로스카츠 이야기를 할 차례다. 우리가 아는 돈까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고기가 두껍다. 보통 돈까스가 튀김과 고기가 어우러지는 맛을 추구한다면, 카와카츠는 고기에 더 힘을 실었다. 한 입 베어물면 바삭한 튀김보다 고기의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열흘 간의 숙성”이 빈말은 아닌지 부드러운 고기맛이 일품이었다. 대개 로스카츠는 등심을 사용해 식감이 살아 있다. 그런데 이곳은 안심을 사용한 히레카츠인가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고기에 방점을 찍은 돈까스다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소스는 4가지가 제공된다. 본점에서 봤던 순서를 기억해 올리브유-소금-와사비-돈까스 소스 순으로 먹었다. 올리브유는 향으로 풍미를 살리고, 소금을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난다. 그중에 와사비가 돈까스와 제일 어울렸다. 와사비가 매콤한 맛으로 느끼한 맛을 잡아줘 돈까스가 담백해졌다. 고기맛이 중점인 돈까스이기 때문에 튀김의 기름기는 놓쳐도 와사비로 느끼함을 잡아내는 쪽도 괜찮다. 돈까스 소스는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기대하는 요소는 아녔다. 돈까스 소스는 어디서든 먹을 수 있으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