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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구본창 활동가 인터뷰

끄적끄적끄으적 2023. 6. 8. 10:24

 

구본창 활동가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코피노는 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 필리핀 내 코피노 통계는 공식적으로 조사되지 않았지만 현재 4~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코피노는 현지 사회에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차별까지 당한다. 한국인 부모가 한국으로 떠난 뒤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연히 한국과 관련된 일이지만 한국 정부는 코피노 문제를 방관한다. 외교부⋅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는 코피노를 전담하는 부서나 정책을 두지 않는다.

정부마저 무관심한 문제를 구본창 씨는 발벗고 나서서 해결하고 있다. 법적인 제도를 넘어 사적 제재까지 동원하는 그를 두고 필리핀 사람들은 ‘깡패’라고까지 부른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두 나라가 얽힌 거대한 문제를 한 개인이 맞서고 있었다.


그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던 사람이 아녔다. 쉬는 날 없이 하루 14시간을 일하는 바쁜 일상을 살지만 안정적인 수익이 있던 중산층이었다.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했고 원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두 딸과 아내가 살던 필리핀으로 이주하면서 삶의 궤적은 다르게 흘러갔다.

“한 클럽 화장실에서 슬피 우는 소리를 들었어요. 보니까 댄서가 울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코피노맘이었어요. 사연을 듣고 크게 분노했습니다.”

 

그는 그길로 국내 법무법인에 연락해 코피노 문제 해결에 함께 하자고 설득했다. 법무법인은 치안이 나쁜 필리핀 현지에서 일을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일을 도운 것이 시작이었다.

 

Q. 배드파더스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배드파더스는 WLK에서 설립한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에서 시작했습니다.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는 17년에 기획했어요. 좋은 취지였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운영자를 향한 보복도 우려스러웠죠. 제 이름을 내걸어서 운영자를 보호하고자 했습니다. 이 일로 명예훼손 소송만 수차례 당했죠.”

 

Q.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일이 사적 제재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사적 제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적 제재와 사회 고발을 구별해야 해요. 법에 의하지 않고 개인이 처벌할 때 사적 제재입니다. 법을 통해서 해결되지 않는 일을 당사자를 대신해 알린다면 사회 고발입니다. 코피노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를 누가 처벌하나요? 아무도 처벌하지 않습니다.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뿐입니다. 이것은 사회 고발이죠.”

 

Q. 코피노맘이 양육비를 돌려 받는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양육비 받으려면 지급 소송을 해야 합니다. 크게 이행 명령과 감치 명령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행 명령’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행하라고 명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을 가두는 것은 ‘감치 명령’입니다. 제도는 유명무실합니다. 두 절차를 모두 거치는 데만 3년 이상 소요됩니다. 2년 전 양육비이행법이 시행됐지만 이 역시 감치 명령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아야 해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Q. 대안이 있을까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정부가 당사자 동의 없이 소득과 재산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합니다. 코피노맘처럼 목소리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무관심에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미지급 양육비 정부 선지급'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구본창 씨는 "무책임한 공약이 실망스럽다"며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 김호준

사진: 김호준

 

 

<한국잡지교육원_취재기자24기_김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