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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가 아닌 펜을 잡고 결승선을 향해...임준환 씨의 새로운 시작 본문
올해도 많은 교육생이 기자의 꿈을 품고 한국잡지교육원에 찾아왔다. 하지만 교육생 모두가 기자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한 것은 아니다. 대학생 때 학보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인턴 기자로 근무한 교육생이 있는가 하면, 기자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교육생도 있다. 취업이라는 막연한 목표 앞에 방황하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국잡지교육원에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교육생은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곳에 모여 4개월 동안 기자가 되기 위해 함께 나아간다. 4개월의 과정을 마치고 기자가 될 수 있을지 교육생의 마음은 확신보다 의심에 가까울 것이다. 임준환 교육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막연한 취업 준비 앞에서 한국잡지교육원을 택했다. 그는 면접에 붙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부끄러워하였다. 하지만 좋은 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하는 강단도 보였다. 그는 이곳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쇼트트랙을 배우던 막내 아들이 신문방송학과에 가기까지
임준환 교육생이 어렸을 때부터 기자의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그의 첫 시작은 쇼트트랙이었다. 그는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다른 형제에게는 공부를 기대했지만 막내만큼은 학업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롭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에게 쇼트트랙을 권유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기대보다 좋은 실력에 쇼트트랙을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5년 동안 고된 쇼트트랙 훈련을 매일 같이 반복했다. 수업이 끝나면 빙상장에서 쇼트트랙을 타고, 그 이후 지상훈련까지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어느새 밤 11시였다. 초등학생이 견디기 어려운 훈련 과정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습관이 된 일상에 그는 다른 세상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또래 친구로부터 받는 인정도 큰 동기였다. 그는 학교에서 겨울방학 때 운영하는 스케이트 프로그램에서 친구들을 이끄는 역할을 도맡았다.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은 힘든 훈련을 견디는 힘이 되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텼음에도 그의 도착지는 쇼트트랙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을 그만두었다.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을 정말 잘하는 사람은 목동 빙상장과 고려대 아이스링크에 있었다. 그가 훈련하던 롯데월드 빙상장은 프로의 무대가 아닌, 대중이 모두 함께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스스로가 제일 잘한다고 믿었다. 그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흥미를 잃은 어린 학생은 독한 훈련을 버틸 수 없었다. 4년 차에 그만두려 했지만 코치의 간곡한 부탁에 1년 더 남아 빙상장을 지켰지만 쇼트트랙을 계속할 이유는 그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스케이트를 내려놓은 임준환 교육생이 곧바로 펜을 붙잡고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운동선수 생활 동안 그의 일상은 공부보다 훈련으로 가득했다. 뒤늦게 학업으로 돌아왔지만 또래의 수준을 따라가기는 힘겨웠다. 구구단도 초등학교 4학년 때에서야 친구를 통해 배웠다. 공부에 정을 붙일 수 없던 그에게 미래는 막연했다. 그저 돈을 많이 버는 사업가를 생각했을 뿐이었다.
기자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기자는 원래 누나의 꿈이었다. 성실한 태도로 좋은 성적을 놓치지 않던 누나는 그의 우상이었다. 그저 누나처럼 되고 싶다는 동경심에 기자의 꿈을 품었다. 그는 누나의 흔적을 따라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신문방송학과에서 기자에 더 가까워질 줄 알았지만 전혀 다른 길이 그를 기다렸다.
“신문방송학과라서 현장에서 취재하는 일이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대부분 이론 위주였습니다. ‘기자는 공정성이 중요하다’ 같은 고리타분한 가르침의 연속이었죠. 이게 기자가 되기 위한 길인가 무척 의문스러웠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대외활동, 학보사, 인턴 등 여러 활동으로 기자의 꿈을 키울 때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대학 생활 4년 동안 그는 기자를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지 않았다. 하루하루 재밌게 사람들과 노는 일에 집중했다. 원만한 대인관계로 학생회 활동도 두어 차례 할 만큼 대학 생활을 즐겼다. 그러나 졸업 후에 그가 마주한 현실은 대학 생활과 결이 달랐다. 부족한 스펙, 불분명한 목표,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꿈만이 그의 앞에 놓였다. 목표를 찾아야 했던 그는 오래 전 꿈이었던 기자의 흔적을 다시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잡지교육원에 발을 들였다.
“졸업 이후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취업을 위해 준비된 것이 없었어요. 막연한 고민을 이어가다 기자가 되기 위해 신문방송학과에 왔던 것을 떠올렸어요. 하지만 학점도, 능력도 많이 부족했어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울 기회를 얻기 위해 취업 공고를 찾다가 한국잡지교육원에 오게 됐습니다.”
"능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임준환 교육생은 한국잡지교육원에서 언론인에게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다. 그는 4년 동안 신문방송학과를 다녔음에도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세울 것이 없었다. 특히 자신의 글솜씨가 모자르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기자에게 필요한 자세를 언급할 때는 자신이 넘쳤다. 기술만 갖춘다면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연한 의지는 4년 전 겪은 시련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2019년에 힘든 일을 겪었어요. 축구 대회에서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되는 사고를 당해서 몇 달을 쉬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기까지 당했어요. 친구와 함께 큰 돈을 투자했는데 다 잃어버렸어요.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 다 낫지 않은 몸을 이끌고 식당에서 하루 종일 일했어요. 코로나 여파로 식당에서 더는 일할 수 없게 되자 건설 현장 일용직까지 찾아 나섰습니다. 결국 아픈 십자인대를 회복하는 데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고 말았죠. 하지만 잃은 것만 있지 않았어요. 힘든 기억이었지만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그토록 피땀 흘리며 열심히 살았던 적이 없어요. 그때 알았죠. 나 역시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정말 뭐라도 해낼 수 있겠구나….”
그가 생각하는 기자는 정의로웠다.
“기자는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고등학생 때 아동 성범죄자의 평균 형량이 3년 정도에 그친다는 기사를 봤어요. 아동 성범죄는 정말 심각한 범죄잖아요. 그럼에도 다른 중범죄에 비춰 볼 때 형량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기자가 된다면 이런 불공정한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성공한 기자가 된다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어보았다.
“제가 쓴 기사가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켜서 올바른 정책과 법안이 수립되길 바라요. 국민이 알지 못하는 사이 잘못된 정책과 법안이 억울한 피해자를 낳는 경우가 있어요. 제 능력을 키워서 권력을 견제하는 기자가 되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먼 미래에 기자로서 성공한 모습을 말하는 목소리는 당당했고 눈빛은 또렷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4개월 뒤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솔직히 이곳에 처음 올 때 제가 36명의 연수생 중 꼴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좋아하는 격언이 있어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이곳에서 그런 결과를 얻고 싶어요. 지금은 제일 부족할지 모르지만 마지막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길 바라요.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어요.”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최선의 선택지를 찾기 위해 의심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때로는 불확실함을 덮어둔 채 앞을 향해 주저없이 달려야 할 때도 있다. 의심은 발걸음을 늦추고 목표를 더 멀게 만들 뿐이다. 임준환 교육생은 인터뷰 내내 자신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지만 그의 마음은 단단했다. 그는 기자가 되는 길에 자신을 던질 준비가 돼 있었다.
취재: 김호준
사진: 김호준
<한국잡지교육원_취재기자24기_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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